하나님 주신 옷인데 옥에 티가 묻었어요. 마냥 옥으로 곱고 아름답게 보였는데…… 그래, 그날에 난 너무 기뻤다 눈물이 날 만큼. 긴 세월 동안도, 어제와 오늘도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선포의 그날에 난 감사하며, 너무 기뻤다. 그럼, 살 수 있는 길이 있구나! 아- 하나님의 임재를 더 가까이에서 본다 하나님의 은혜가 믿음 위에서 꽃 피우리라. 다 버려도 안타까움도 아까울 것도 없지만 육신에 종 되어 살았던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생각했고 의미 없는 고생도 많이 한 것 같다. 그날 한 뭉치의 항암 치료약을 몽땅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니, 아- 이렇게 사는 것도 매우 행복하구나 싶다. 하나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가을 하늘은 누가 칭찬하지 않아도 기분이 상쾌하다. 육신은 어느 곳이라도 그 있는 것을 느끼면 고장이 난 것이라 고 했다. 기억도 생각도 말라. 난 벌써 다 잊어 버렸다. 만들어 주신 분이 가장 잘 고치시니까. 난 확신한다, 믿는 대로 되리라고……. 그분이 우리를 지으신 이시요, 하나님 우리 아버지이시니까. 가는 길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것도 보고, 어여쁜 애인 같은 은행잎에 입도 맞추고, 춤도 추며, 이렇듯 한 십 년이 쉬 가리라. 감사를 식물로 삼고, 눈빛이 사랑으로, 두 손은 부지런함으로, 두 발로 똑바로 걷자, 귀도 쫑긋 세워서 하나님 음성을 듣자. 그때까지. 그래도 갈 곳이 있어 난 너무 좋다. 오늘도 하나님께 감사하며 긴 하루를 아주 짧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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