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강원도 두메 산골을 여행하던 중, 어느 마을 앞 정자나무 밑에서 쉬다가 여든 살이나 되어 보이는 영감님을 만나서 인사를 나눈 후, 이 마을에 무슨 전설이나 미담이 없는가 물어 보았다. 영감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옛날 이 마을에 박 생원이란 마음씨 착한 농부가 살고 있었는데 산에 갔다가 천년 묵은 여우를 만났다. 그 여우가 박 생원의 혼을 빼낸 후, 여우는 박 생원으로 둔갑하고
박 생원은 여우가 되었다. 그래서 진짜 박 생원인 여우는 동리에서 쫓겨나고, 둔갑한 여우는 박 생원으로
버젓이 동리 안에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마음씨 착하던
박 생원이 돌변하여 간교한 사람이 되어 동리에 한없는 작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그 평화스럽던 동리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나날이 시비와 싸움판이 그칠 날이 없고, 온 동리가 수라장으로 변했다. 그 중에 지각 있는 동장이 산중에서 수도하는 도사를 찾아가 상의를 하였다. 도사가
하는 말이 아무래도 박 생원에게 요사한 것이 쓰인 모양 같다 하며 함께 동리로 내려와 박 생원을 불러놓고, 도사가
주문을 외쳤다. 그랬더니, 박 생원이 새파랗게 질겁 하고 넘어지면서 그 몸에서 백여우가 뛰어
나와 달아나고 말았다. 그 후로는 동리가 화평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동화와 같은 전설을 듣고 깊은 감명을 젖었다. 그 마음씨 착하던 박 생원 속에 요사한 여우 생명이 들어가니, 착한 박 생원 마음씨가 간교한 여우 마음씨로 변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아담의 유전을 받고 태어난 인간들이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야생의 자랑을 피할 길이 없다. 아무리 애써도 그 성격을 고치기가 어렵다. 그런고로 「성인도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한다」(聖人自過不知)고 하지 아니하였던가? 고린도전서 1장 30, 31절에『너희는
하나님께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께로서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속함이 되셨으니 거룩된 바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하라
함과 같게 하려 함이니라』했다. 하나님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영생의 선물로 주셨다. 그러므로 그가 내 안에서 생명을 나타내시도록 박 생원 모양 내 자신의
혼은 나가고, 그리스도의 영 곧 성령이 들어와서 나를 주장하게 한다면,
그가 내 대신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이 되어 주실 뿐 아니라,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실
것이다. 오늘날 크리스천들이 소위 믿는다 하면서, 내 안에 내재해 계시는 예수를 제쳐
두고, 아담의 유전을 따라 살아가는 자가 많기에 주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일이 허다함을 개탄하지 아니할
수 없다. 목적과 관심은 하나님을 위하고 섬긴다면서, 행하는
방식은 세상적인 지혜와 수단으로 행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탄의 이용물이 되고, 허울좋은 크리스천으로 둔갑하여 허세를 부리는 자가 없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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